2023.06.23.
수프와 이데올로기 (2021)
양영희
@ KBS1 독립영화관
새나라의 어린이에게 23:30-25:30 의 상영시간은 약간 힘들었으나... 그래도 다 봤다. (중간에 웨이브가 끊겨서 티비를 틀어서 봐야했다. 역시 영화는 영화관에서...)
잠들기 전에 메모했던 것
아빠
선화
그리고 엄마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양영희 감독 다큐 3부작의 마지막. 이번에 주인공은 어머니다. 이미 앞의 두 다큐멘터리를 봤기에 이 영화를 좀 더 “잘”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괜히 수프와 이데올로기 개봉을 기념하여 디어평양과 굿바이평양 리마스터를 함께 개봉해 준 것이 아니구나! 덕분에 그 두 개는 봤는데, 정작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gv가 딸린 상영으로 보려다가 이래저래 시간이 안맞아 미뤘고 .. 결국 영화관에서 내려가고 말았다. gv없어도 그냥 시간 되는 회차에 볼 걸...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곧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과정과 같다. (그렇게 볼 수 있지 않나?) 처음부터 단순히 영화를 찍기 위해 삼계탕을 끓이고 제주도를 갔다는 것은 아니다. 양영희 감독은 늘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가 기록하는 장면들 중에서 아 이것은 영화로 만들어야겠다 - 고 마음먹게 하는 장면/순간이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기약없는 촬영(기록)이 이어지고, 조각들이 다 모이면 하나의 영화로 엮여 남게 되는 것이겠지? 그가 일본인 사위에게 삼계탕을 해주는 어머니의 모습, 아버지가 죽은 후 원래 하지 않던 제주도의 이야기를 했던 어머니의 모습,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의 모습, 이 모습들을 담아내기로 결정했고 - 그랬기에 내가 '수프와 이데올로기'에서 본 모든 여정이 다큐멘터리라는 형태로 남을 수 있었다. (gv에서 양영희 감독님은 어머니도 돌아가셨다고 이야기했다. 이제 남은 것은 기억과 그 기억의 한 형태인 수프와 이데올로기 뿐.)
다큐멘터리가 결국 하나의 “결과물” 인 것은 맞다. 그러나 그 결과물을 낳기 위한 기록의 여정과 결과물을 분리하기 어렵다. 만들며 감독 본인도 달라졌을 것이며, 그 달라지는 모습이 결과물에 담겨있다. 양영희 감독 자신의 - 그리고 가족의 -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디어평양과 굿바이평양을 봤을 때도 느꼈지만 - 남기기로 결정하는 것, 계속 찍는 것, 그게 양영희 감독이 가족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방식이기도 한 것 같다. 다큐멘터리 속에서, 또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그 과정 속에서 (단순히 카메라를 키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그 순간만이 과정은 아니다. 특히 이런 다큐멘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의 24/7이 다 '과정'이고 분리는 어려울 듯) 양영희 감독은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떠올릴 수 없게 된 과거가 원인이 되어 아들들을 북한에 보냈다. 그 기억을 엄마는 잊고 딸은 알게 되며 엄마를 원망했던 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우리는 기억하고, 그 기억이 선택을 좌우하고, 선택의 결과에 영향을 받아 살아가다 보면 처음에 이 선택을 만들었던 기억은 잊어버리기도 한다. 선택의 결과는 나 말고 내 가족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다. 나는 잊어도 그 가족은 기억할지도 모르고. 그 기억은 내 최초의 기억과는 다른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 이해하려고 할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이해의 방법도 다양하다. 양영희 감독은 이렇게 이해하게 되었구나. 하고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 시선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같이 사는 법, 이해하는 법, 먼저 보내는 법에 대해 생각해본다.
양영희 감독이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해서 고맙다. 덕분에 나는 좋아하는 다큐영화가 세 편이나 늘었으니.
+
선화에게 편지를 쓰고 보내지 않는 장면이 기억난다. 나와는 아무런 연이 없는 타인이지만, 아무튼 양영희 감독의 조카인 선화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
+ 그 외
처음 인사하러 온 카오루상이 너무 귀여웠음 ㅋㅋ
수프와 이데올로기까지 다 보고 나면 책도 읽으려고 사뒀는데 (사실 gv 또 갈 줄 알고 싸인 받아야지 하고 생각하기도..) 이제서야 보게 되었고. 이제 책을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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