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5.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2023, 미국)
Spider-Man: Across the Spider-Verse
140 minutes
@ 메가박스
코돌비에서 보겠다는 강한 의지로 메박 어플을 수시로 들락날락 거렸으나 오전이나 낮 시간을 예매하는 것엔 실패하고 그나마 일요일 늦은 밤 회차의 괜찮은 좌석을 건지는 것에 성공했다. 25시 30분에 시작하는 회차도 중앙 자리들은 다 나갔던데 의지가 대단하다 요즘의 나는 절대 그 시간에 영화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일단 차도 없고...
난 역시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가 좋다
이 시리즈가 좋은 것도 내가 스파이더맨을 좋아하는 이유인 여러 특징들을 죽이지 않고 기깔나게 살려냈기 때문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죽지 않도록 하는 것. 둘 다 살리고자 하는 것. 스스로 개척해 나아가고자 하는 것.
캐릭터가 탄생할 때 이런 성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스토리가 빌딩되고, 그 과정에서 핵심적인 사건들이 있다. 그 사건들이 멀티버스의 등장과 함께 ‘무조건 일어나야 하는 핵심 이벤트’와 같은 존재가 된다. 삼촌의 죽음같은 사건 말이다. 나같은 사람들이 스파이더맨을 꾸준히 좋아한 건 그 개인적인 비극들과 그 후 스파이더맨의 행동들이 보여주는 캐릭터성 때문일 것이다. 스파이더맨에게 주어지는 ‘필요한 시련’들 때문이 아니라. 멀티버스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가족을 구하길 포기하고 그저 무력하게 바라보는 것은 영화를 보는 관객(걍 오타쿠라는 뜻이죠..) 입장에서 결국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의 붕괴다.
멀티버스를 깔고 가면서 스파이더맨이라는 오랜시간꾸준히사랑받는 히어로의 핵심을 잃지 않으며 마일즈 모랄레스라는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실패없이 빌딩했음. 이게 정말 기쁘다 ....
연출이 얼마나 대단한지 애니메이터가 얼마나 갈려나갔는지 그런 얘기들이 대부분인데 - 물론 나도 걍 대박이네요... 하면서 봤음 - 스파이더맨이라는 아이덴티티의 팬 입장에서 이 시리즈를, 마일즈 모랄레스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무튼 그렇다.
약간 더 스포일러를 포함한 이야기를 하자면
멀티버스를 깔고 가면서 - 모든 멀티버스에는 유일한 스파이더맨이 있고, 그들은 모두 방사능거미에 물렸다 - 라는 설정이 기정 사실로 존재한다. 이 설명은 새로운 스파이더맨이 나올 때마다 그들의 입에서 되풀이된다. 마일즈도 계속 말한다. 그런데 사실 마일즈를 문 거미는 다른 우주의 거미이고, 그는 자신의 우주에서 원래는 스파이더맨이 될 일이 없었던 - 되면 안됐던 것이다. 이 설정이 더해지면서 마일즈가 스파이더맨이 되는 걸 스스로 ’선택‘ 한 사실이 더 잘 드러나게 된 듯.
아무래도 히어로물은 그 사람이 애초에 chosen one 이라는 바이브를 풍기기 마련이다. 스파이더맨도 거미에 물린게 일종의 간택(?)이고 - 거기서 멈출 수 있었겠으나 그래도 ’친절한 이웃‘ 히어로로 살아가기로 선택하는데, 그 선택의 기반에는 큰힘큰책 명언을 남긴 엉클벤의 죽음이 있고 .... 원래는 이 ’모든 스파이더맨이 겪는 이벤트‘가 피터파커가 스파이더맨의 길을 선택했음을, 큰 책임을 자발적으로 지기로 했음을 보여주는 스토리인 셈.
물론 마일즈에게도 스뉴유에서 삼촌의 죽음이라는 이벤트가 있긴 했지만,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사실 너에게 주어진 그 ’큰 힘‘은 애초에 네가 가질게 아니었어. 라는 어떤 나의 손을 벗어난 범우주적인 진리가 나를 부정하는 순간에서. 이제 나는 그럼 이 힘도 책임도 다 벗어야 하나? 그냥 손놓고 구경해야 하나? 여전히 내 가족은 위험한데? 라는 새로운 질문/위기를 마일즈는 맞이하게 되고. 여기에서 자신의 우주에 있는 자신의 가족을 구하기로 선택한다. 범우주적 존재가 간택한게 사실 아니었지만 스스로 선택해서 나아가는 것. (여기에 또 스파이더맨이 특히 어린 히어로라는 점도 또 강조하고 싶고 그렇네요 선택이 곧 반항이 되기 쉬운 나이라는 점이라거나....)
스파이더맨은 늘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구하고자 한다. 애초에 friendly neighborhood spiderman이라서 나는 스파이더맨이 좋다. 그리고 그것이 곧 스파이더맨이 우주를 지키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난 믿음...
멀티버스가 있는 스뉴유버스에서 그웬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은 마일즈다. 이제 각종 거미맨들은 서로 엮여있기 때문에 그들이 각자 거미맨스러운 선택을 하면 ... 결국 이 스토리는 모든 히어로물이 그러하듯 거미들의 승리로 끝날 수 밖에 없는 것임 ...
+
이제 서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즉시 호비부터 서치함 (마일즈 얘기 길게 했지만 그거랑 별개로 호비 캐릭터 디자인이 좋잖아)
호비가 피터 애기보고 아나키스트다 ㅋㅋ (자막은 혁명가였던듯) 요런 얘기 했던 것도 그렇고 ㅋㅋㅋㅋ 그웬한테 시계 남겨준 것도 그렇고! 요런 나는 체제를 믿지않는다 류의 캐릭터를 넣은 것도 똑똑한 선택임 ㄹㅇ...
전체적인 그림이 이미 ...
마일즈 (멀티버스의‘이래야함’에 반항함. 그게 곧 본인의 존재 확립과 직결) - 그웬(원래 있던 우주에서 자신의 자리를 잃었다고 생각해서 멀티버스수호대에 합류 - 그러나 결국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고자 거기서 벗어남) 이 둘이 핵심 프로타고니스트잖아
거기에 이번 시리즈에 새로 합류하는 캐릭터로 호비만한 설정이 또 어딨겠음 ㅋㅋㅋㅋ
커여운 로맨스라인의 의도치않은(?) 삼각관계의 한 축으로도 짱이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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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42의 브레이드 헤어스타일의 프라울러 마일즈도 캐디 좋더라... 브레이드에 대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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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이맥스에서 또 봐도 좋을 듯
사실 스뉴유를 아이맥스에서 보고 싶다..... 재개봉 해줘